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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고양이에 대한 짧은 생각....

2003.03.12 02:25

지나가던 者 조회 수:624 추천:13



어제 밤 9:00....

쓰레기를 버리러 봉투들이 즐비하게 놓여진 곳으로 갔다가

봉투더미에서 다소곳하게 앉아있던....

여느 아파트 단지라도 볼 법한

한 들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다소 조그마한 그 고양이는

그 매서운 눈으로...

저를 노려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제가 쓰레기 봉투를 버려놓고 오려고 다가갔더니

뒷쪽으로 스윽- 피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시선은 저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말없이

그 고양이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호의호식하는 귀여운 고양이도 고양이지만

저렇게 쓰레기를 뒤져가며 힘겹게 사는 들고양이도

다 같은 고양이인 것을....

이것은 곧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번쩍거리는 대저택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갑부도 사람이고

집도 없이 길거리에서 구걸하며 누추하게 사는 거렁뱅이도 사람이다....

어차피 다 털어내 버리면....

다 같은 사람인 것을....

왜 그리 부유한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자들을 천대하고 업신여기는가...

도대체 그들은 무엇이 그렇게 잘나고 무엇이 그렇게 대단해서

이 나라를 손수 망쳐먹는가......'





생각하고 있자니 순간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코딱지만한, 자원도 없고 무엇하나 제대로 가진 것 없는 작은 나라.......

심각한 빈부차......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추하기 이를데 없는 정신 수준......

가진 자들의 퇴폐한 짓거리들...

못가진 자들의 끊임없는 범죄들....

그 가운데... 살고있는....

우리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이 나라는 끝까지 진정한 대한민국으로 남을 것인가.....

어떻게 살든 이 나라가 썩어가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그러면 끝 아닌가......

그러면...

.......

....




고양이가 쉬지않고 노려보는 가운데

전 뒤돌아 서서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현실이.... 나에게 주어진 현실이...

그 현실이...

전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차라리 그 들고양이가 되어 살고 싶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인간이 걱정하는 모든 것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마리의 짐승으로만 남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기에...

나 자신을 버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이렇게 태어나서

수많은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는 이상,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로 태어난 이상,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어떻게든 살아야 하겠죠...

그렇습니다.

살아야 합니다.

그 어떤 것이 우리를 괴롭고 힘들게 할 지라도

꼭 살아야 합니다...

자살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자살만큼은....

절대로.....

꼭...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수도 없는 일입니다.






짐승들은.... 더 나아가 인간을 제외한 이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자살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저 자기의 명대로 살다 죽을 뿐입니다.

그런데 만물의 영장으로서 조물주가 부여한 생명을 스스로 져버리는 것은

짐승만도 못한 짓입니다....

꼭 알아야 합니다.

그것만큼은...

우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은 그 들고양이와 같은 짐승처럼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꼭 기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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