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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정신

2007.02.05 22:48

papaya 조회 수:667 추천:18


역시 일터 이야기입니다.

보건소는 노인분들이 많이 이용하시는 공공장소중 대표적인 곳입니다. 100원한푼을 아끼려고 집에서 가까우니까(보통 주택가 한가운데 내지는 교통편이 우라지게 좋은곳에 있는게 보통이지요. 보통이긴 하지...쌟 ㄱ-), 이래저래 많이들 오십니다.

노인분들인지라 잔정이 많은것도 특징입니다.

그 잔정이 어떤 현물로 치환되는경우도 많지요. 시골에서 가져온 참기름이며 이것저것 받아본적도 있고 여름엔 수고한다고 아슈크림 겨울엔 붕어빵도 가끔 주시곤 합니다. 비타50x나 바x스같은것도 거진 한달에 한번꼴로 주시는 분도 계시고 직접 손으로 뜨신 퀼트가방도 주시는 할머님도 계십니다.
열이면 열 모두 거절하지만, 역시 노인분들의 특성상 막무가내로 밀어넣고 오는경우가 대부분입니다-_-;;

월요일 아침. 토, 일요일이 쉬는 관계로 어김없이 내 손이 열개였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아침에 한 할머님이 진료를 보시곤 행주쓰기 좋은 천이라며 한 꾸러미를 의사선생님에게 줬답니다. 아..역시 노인분들은 이런 사소한거에도 정을 쏟아 부으시구나..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오라지게 바쁜 나머지 감사하단 인사 한마디만 하고 다시 애보기에 열중이었습니다.

한고비 넘기고 그 천이 뭔지나 보자...고 열어본 그 꾸러미. 위엔 과연 행주나 어디 때우기에 적합한 천쪼라기들이 있었고,

그 밑엔 맥주 다섯병이 놓여져 있었습니다-_-

심히 고민했습니다.

'맨정신으로 도저히 못봐주겠으니 이거라도 마시고 제대로 해라'는건가?
'음주진료를 보라는건가?'
'혹시 이거 위에서 내려온 첩자(?)가 아닐까?'

그동안 벼래별 선물(?)은 받아봤지만 술을 받아보긴 또 처음이었습니다. 위에 말했듯 그 바쁜와중에 누가줬는지 도통 알 길이 없으므로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습니다-_-;;

ps. 그래서 각자 한병씩 들고 와서 집에와 대략 1년만에 취했습니다. 그렇게 취하고 돌아다니는 커뮤니티에서 심리테스트 몇개를 해봤는데 엄청 잘맞았습니다. 평소엔 한 4,50프로 정도 맞아서 대충 끼워맞춰서 '오 정확하네'라고 했다면 이번엔 정말 독설을 뿜는 그런 심리테스트들이 즐비했습니다-_-; 역시 이런건 맨정신에 하면 안되는걸까요 아님 저의 성격이 깨어있을때가 아닌 취했을때가 본성인걸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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